순천 조계산(884.3m)
승보사찰과 천태본찰 기슭에 둔 남도 명산
순천 조계산(曹溪山·884.3m)은 전형적인 장산(壯山)이자 봄산이다. 장군봉 남쪽 배바위를 제외하곤 온통 부드러운 산릉과 골짜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산릉에 아지랑이라도 피어나면 봄동산에 오른 느낌에 빠지기 마련이다.
조계산은 전형적인 토산(土山)이다. 산중에 수림을 뚫고 솟아오른 바위라고는 상봉인 장군봉 남쪽의 배바위나 꼽을까, 그외 조계산의 어디건 불끈 바위를 드러낸 곳은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적인 산이다.
도립공원인 조계산은 특별히 내세울 만한 산세나 유별난 조망이 없다는 점에서 산행대상지로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운 산이다. 그럼에도 연간 100만 명에 이르는 산행객이 찾고 있는 것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오를 수 있을 만큼 유순한 산세를 지닌 덕이라 할 수 있다. 지리산이나 덕유산에 비견될 만큼 웅장하면서도 부드럽고 아늑한 산세를 지니고 있어, 산릉 어디서나 부드러운 곡선미의 극치를 느낄 수 있고, 어느 골을 들어서든 눌러앉고픈 마음이 드는 산인 것이다.
양대 사찰 잇는 동서 횡단코스
조계산이 명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동서 양쪽에 16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僧寶寺刹) 송광사(松廣寺)와 태고종 총본산으로 절집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선암사(仙巖寺)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조계(曹溪)란 원래 중국 선종의 제6조 혜능(慧能)의 별호로서, 고려 때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이 이 산에 돈오점수(頓悟漸修·문득 깨달은 후 점차 세속의 습을 제거해나간다는 수행법) 수행법을 따르는 수선사(修禪社)를 열면서 산이름이 송광산에서 조계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조계종은 16국사를 배출하면서 크게 흥성, 불교계의 중심적인 종파가 되었으며, 그 중심점 역할을 한 사찰이 송광사였다. 때문에 송광사를 일러 승보사찰이라 하는 것이다.
선암사는 신라 경문왕(景文王) 때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일으켜 세운 대가람으로, 고려 때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이 천태종을 개창한 이후 이 조계산 선암사를 천태종의 남방중심사찰로 크게 중창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국 불교의 양대 맥이 이 조계산을 통해 면면히 흐르고 있다 할 것이다.
조계산은 양쪽 옆에 2개의 아름다운 인공호인 상사호와 주암호가 생겨나는 한편 산 가까이 위치한 낙안읍성(樂安邑城·사적 제302호)에 온천장이 생기며 한결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다. 낙안읍성에는 조선시대 성과 동헌, 객사, 초가집 등이 원형대로 복원돼 있다.
조계산 산행은 선암사와 송광사를 기점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인기 있는 산길은 선암사~선암사 굴목치(큰굴목치)~송광굴목치~송광사로 이어지는 동서 횡단로. 정상이나 주능선에서 빗겨난 산길이지만 양대 사찰을 답사하며 숲 우거지고 물소리 명랑한 계곡을 거닐고 산자락을 넘는가 하면, 산중의 주막에서 보리밥 한 그릇 비벼먹는 맛은 여느 산에서는 맛보기 힘든 즐거움이다. 3시간이면 가능하지만 꼼꼼히 사찰을 탐방하고 봄기운을 맘껏 즐기려면 댓 시간은 잡아야 한다.
선암사~선암사 굴목재~보리밥집~배바위~장군봉(정상)~장박골 삼거리~연산봉 사거리~피아골~송광사, 또는 송광사~홍골~송광사 굴목재~보리밥집~선암사 굴목재~작은굴목재~정상~비로암~대각암~선암사 코스를 따른다면 호젓한 계곡에 정상과 배바위에서의 멋진 조망, 그리고 한갓진 산길까지도 즐길 수 있다. 6~7시간 소요.
원점회귀 산행의 경우 선암사 기점은 선암사~대각암~정상~배바위~작은굴목치~보리밥집~선암사 굴목치~선암사 코스(4시간 소요), 또는 선암사~대각암~정상~장박골 삼거리~연상봉 사거리~장군봉 계곡삼거리~장박골~보리밥집~선암사 굴목치~선암사 코스(5시간 소요)가 좋고, 송광사 기점은 송광사~피아골~연산봉 사거리~장박골 삼거리~장군봉~작은굴목치~선암사 굴목치~보리밥집~송광사 굴목치~홍골~송광사 코스(6시간 소요)가 최상이다.
조계산 북쪽 접치는 문화재관람료를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산행객들이 선호하는 기점이다. 호남정맥 줄기를 따라 정상을 거쳐 선암사굴목재로 내려섰다가 보리밥집에 들른 다음 선암사나 송광사로 내려가는 이 길은 주로 내리막이면서도 조계산의 장대한 멋, 보리밥 맛, 대찰 등을 고루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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