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청산리 벽계수야
1. 평시조(平時調) (청산리) 시조창의 아름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자신 있게 꼽을 수 있는 곡이 바로 월하 선생의 평시조 ‘청산리 벽계수야’가 아닐까. 전주 없이 곧바로 청황종(潢, eb') 음을 곧게 내뻗으면서 시작한 맑디 맑은 성음은 임종(林, bb)과 청태주(汰, f')의 3음을 오가며1) 월하선생의 예술세계가 어떤 것인지 잘 웅변해주고 있다. 한편, 이 시조는 월하선생이 시조와 만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곡이기도 하다. 6·25전쟁 때 월하선생의 부산 피난 시절에, 병으로 앓다가 3개월간 매일 부산 서대신동 구덕수원지까지 산책을 다닌 덕택에 병이 거의 나아가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월하선생은 매일 구덕수원지 물가에서 십여 명의 노인들이 ‘청산리 벽계수야’라는 시조만 부르는 것을 보면서,..